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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돼지

다케오 녹나무와 도서관 & 카가미야마 전망대 : 참좋은여행사 패키지로 떠난 사가/후쿠오카 실속 힐링 여행(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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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 다케오의 녹나무 산책, 감성 도서관, 신사와 대나무숲을 거쳐 카가미야마 전망대까지. 일본 사가/후쿠오카의 숨은 힐링 명소를 담은 실속 여행기!”

✈️  아침 햇살과 함께 — 사가에서의 상쾌한 시작

호텔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그야말로 청량 그 자체였습니다. 얇게 깔린 흰 구름 아래로 조용한 거리와 맑은 하늘이 드러나며, 전날의 여독을 말끔히 씻어내는 듯했어요. 지인과 함께 조용한 미소를 나누며 숙소 식당으로 향했고, 테이블 위에 정갈하게 차려진 조식은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구성이었습니다.
따뜻한 밥과 일본식 된장국, 담백하고 단정한 반찬들까지—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아침 식사 덕분에 하루의 시작이 부드럽고 든든하게 열렸죠. 낯선 나라에서 익숙한 맛을 마주한 그 순간, 심리적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어요.
이윽고 체크아웃을 위해 호텔 정문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는 ‘令和6年9月11日’이라 적힌 환영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고,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호텔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우레시노 온천 / 화수원”. 여행자의 도착을 환영하는 따뜻한 배려가 느껴지는 풍경 속에서, 짧지만 깊이 있는 일본 여행이 본격적으로 이어질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어요.

호텔조식카스이엔호텔 입구
상쾌한 아침! 호텔 조식후 체크아웃

 

✈️  신화의 숨결이 머문 곳 — 다케오 신사 이야기

버스를 타고 다케오 지역으로 향하는 길은 한산하고 푸근했습니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1300년 전 신의 계시에 따라 지어진 다케오 신사. 이곳의 초대 신관인 도모노 유키요리가 들었다는 신의 음성— "조용하고 평화로운 신사를 만들라"는 말이 지금의 신사 전체 분위기에서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도시와 단절된 듯한 고요함, 신비로운 분위기, 그리고 잔잔한 풍경 속에서 걸음마저 조심스러워졌던 그 순간. 화려함보다는 정적인 매력을 지닌 곳이었고, 관광지라기보다는 일본인들의 마음 깊은 신앙이 깃든 성소 같았습니다. 기도문을 남기고 고개를 숙인 사람들의 모습에서 묘한 경건함이 느껴졌고, 우리 역시 조용히 이 공간에 마음을 맡길 수 있었습니다.

다케오 신사
다케오 신사

✈️ 대나무숲에서 녹나무까지 — 걷는 길마저 신선한 산책

신사 입구를 지나 녹나무가 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데, 어느 순간 사방이 울창한 대나무숲으로 둘러싸이기 시작했어요. 나무 높이는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었고, 굵기도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장대한 사이즈여서 깜짝 놀랐습니다.
햇살이 대나무 사이사이로 파고들고, 바람이 불면 나무들이 서로를 스치는 소리가 은은한 오케스트라처럼 들려왔죠.
저는 너무 감동해서 대나무 하나를 꼭 껴안고 인증샷 한 컷을 남겼는데, 사진을 볼 때마다 그 고요하고 신비로운 공간이 떠오릅니다.
길의 끝자락, 수령 3천 년이 넘는 거대한 녹나무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전율이 온몸을 감쌌어요. 나무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강하게 느껴졌고, 주변 대나무들까지 이 나무 앞에 고개를 숙인 듯한 모양새였어요.
수천 년을 살아온 나무 아래에서, ‘나도 내 삶의 뿌리를 더 깊게 내려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습니다.

다케오 신사 대나무
녹나무 보러 가는길 대나무에 반하다
다케오 신사 녹나무녹나무
다케오신사 녹나무

 

 ✈️   다케오 도서관 — 책과 예술이 어우러진 힐링 공간

2013년에 리뉴얼 오픈한 다케오 시립 도서관은 단순한 도서관을 넘어선 문화 복합 공간입니다. 서점과 미술관, 카페가 함께 자리잡은 이곳은 연간 방문객만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해요.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마치 작은 박물관에 온 듯한 인상 깊은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았고, 흰 기둥과 따뜻한 조명 아래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은 차분하고 지적인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서점 공간에는 다양한 분야의 도서들이 정갈하게 꽂혀 있었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공간을 누리고 있었어요.
둘러보다가 잠시 쉬고 싶어 들른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운 좋게 일본산 머그컵 디자인을 발견하고 하나 기념으로 구입했어요. 시원한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숨을 고르는 그 순간, 여행의 또 다른 힐링이 찾아온 것 같았죠.
커피 향기 속에 풍겨 나오는 책 냄새, 조용한 대화, 그리고 머무르고 싶은 공간—다케오 도서관은 단순한 독서 이상의 가치를 선물해주는 장소였습니다.

다케오 도서관
다케오 도서관

 

✈️ 카가미야마 전망대 - 맑은 햇살과 바람과 기다림의 이야기

햇살은 가장 높이 떠 있었다. 소나무와 나무들로 둘러싸인 전망대로 향하는 길엔 부드러운 그림자가 깔려 있었고, 발걸음마다 바람이 살짝 등을 밀어주었다.
전망대에 다다랐을 때— 높게 떠 있는 흰 구름이 푸른 하늘 위에 둥둥 떠 있고, 그 아래 펼쳐진 가라쓰 시가지와 니지노마쓰바라 송림, 그리고 잔잔한 바다가 하나의 거대한 병풍처럼 눈앞을 가득 메웠다. 그 시야의 너비는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파고들었다. 안구정화라는 말이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있을까.
그 풍경 속, 바위 위에 고요히 서 있는 여인의 동상이 있었다. 그녀는 마쓰우라 사요히메. 6세기경, 신라로 출정하는 남편을 이곳에서 배웅하던 그녀는 배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옷자락을 흔들며 바라보다, 그 슬픔에 망부석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기억이 난다.
한낮의 햇빛 속에 선 그녀는 비극의 상징이면서도, 그 기다림의 숭고함을 담은 존재처럼 보였다. 
나는 잠시 말을 잃고 풍경에 매달렸다. 그곳에 머물며 풍경을 바라보고, 바람을 마시고, 전설을 가슴에 품었다. 그날의 구름은 유난히 높게 떠 있었고, 시계는 막힘 없이 트여 있었다.
그런 날의 기억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다. 카가미야마는 내게, 바다 너머를 바라보던 한 여인의 마음과 내가 마주한 자유의 순간을 함께 품은 장소가 되었다.

 
 카가미야마마쓰우라 사요히메 동상
 카가미야마 바다풍경 카가미야마 전망대
카가미야마 전망대(鏡山展望台)
 
카가미야마 전망대 인증샷

 

✈️ 그렇게 마무리된 사가·후쿠오카 여행의 둘째 날 오전, 햇살 가득한 숲길과 신목 앞의 고요함, 책냄새 가득한 도서관의 여유, 그리고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카가미야마의 전망까지— 잠깐의 이동만으로도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여정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유카타를 입고 온천에 몸을 담근 첫날과는 또 다른 결의 힐링이었고, 풍경 속에 묻어있는 사요히메의 전설처럼, 잠시 멈춰 바라보는 여행의 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새삼 느끼게 되었죠.

다음 편에서는 다시금 미각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일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짜 사가규 정식, 끝없이 펼쳐지는 니지노마쓰바라 송림 산책, 그리고 웅장한 가라츠성의 아름다움까지— 2일차 오후는 풍경과 맛, 그리고 역사가 함께 어우러지는 코스로 진행됩니다.

✈️여행이면돼지 🐷의 힐링여행기 3편도 기대해주세요! 후쿠오카로 향하는 길 위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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